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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 감염 ≠ 위암 발병 2005-10-07 11: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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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세균의 이름이다. 호주의 병리학자 로빈 워런 씨와 내과의사 배리 마셜 박사는 HP가 위장에 살면서 위궤양과 위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처음 밝힌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한국인에게는 이번 수상 내용이 썩 달갑지 않게 다가온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HP에 감염된 데 비해 한국인은 이보다 높은 60∼70%의 감염률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20대 이상 성인의 90% 넘게 감염돼 있다는 보고도 있다.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HP를 위암을 일으키는 인자로 규정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HP 때문에 치명적인 위암에 걸릴 가능성이 상당히 크지 않을까.
 
 
◀1979년 호주의 병리학자 로빈 워런 씨가 위염을 앓고 있는 환자의 위에서 처음 발견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위와 십이지장의 경계 부분인 위의 유문(파일로리) 부위에 사는 나선(헬리코) 모양의 세균(박터)이란 뜻이다. 크기는 2∼7μm(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몸에 달려 있는 여러 개의 기다란 돌기(편모)를 이용해 위 점액층을 활발하게 헤집고 다닌다. 통상 음식물, 키스 등을 통해 입으로 전염된다고 알려져 있다.
 
 
모든 헬리코박터가 질환을 일으키지 않는다
 
1982년 워런 씨가 한 학회에서 HP가 위장에 살고 있다고 발표했을 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위장은 산성도가 매우 높아 세균이 살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사실 HP는 위장 안쪽 표면을 감싸고 있는 약 2mm 두께의 점액층 내부에 살고 있다. 경상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조명제 교수는 “위산이 점액층을 뚫고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HP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식세포나 백혈구 등 인체 면역세포가 위장 바깥쪽에서 HP를 없애려고 대거 몰려들지만 점액층 안에 꼭꼭 숨어 있는 HP를 만나기조차 어렵다는 사실이다. 조 교수는 “결국 면역세포가 위장 주변 조직을 손상시키고 염증(위염)을 일으키게 된다”며 “적이 보이지 않는 전장에 군대를 계속 보내다 자멸하게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HP의 유해성에 대한 대표적인 설명이다.
 
하지만 특정한 HP만이 위장 질환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1998년 영국 노팅엄대 의대 존 애서튼 박사는 위궤양 환자와 정상인의 HP가 ‘질적으로’ 다르다고 발표한 이후 최근까지 그 차이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환자의 HP는 정상인의 것에 비해 독성 단백질(CagA, VacA)을 훨씬 많이 분비하더라는 것. 이들 독성 단백질이 없는 HP가 과연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2000년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의 한 연구팀은 HP 중 특히 CagA를 분비하는 종류가 위암의 원인일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벨 생리·의학상 선정위원회도 이번 수상과 관련해 “HP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개인마다 유전적 차이가 있다”며 HP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위장 질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국인 관련 없다” 주장도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유근영 교수는 올해 초 한국인에게서는 위암과 HP가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993년부터 9년간 1만8000여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위암 발병 환자(86명) 가운데 83.7%(72명)가 HP에 감염됐다. 그런데 위암이 생기지 않은 사람(344명) 중 감염된 비율은 80.8%(278명)에 달했다. 즉 환자와 정상인의 HP 감염률이 거의 같아서 ‘HP감염=위암 발생’이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 ‘브리티시 저널 오브 캔서’ 4월호에 게재됐다.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교실 서민 교수는 “통계로 따져보면 한국인은 60∼70%가 HP에 감염된 데 비해 위암 발생률은 0.1%에도 못 미친다”며 “좀 더 명확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HP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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