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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은 복원됐을까요? 2005-10-17 10: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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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은 과연 ‘복원’ 됐을까요?
강양구의 과학기술 뒤집어보기
▲ 청계천  ⓒ
지난 10월 1일 서울 한복판에 청계천이 수십 년 만에 다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나 역시 하루 늦게 청계천을 둘러보았습니다. 삼삼오오 가족, 친구들과 청계천 변을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주 보기 좋더군요. 자연이 사람들의 마음까지 너그럽게 하는 것인지 서울 도심이 들썩거릴 정도로 아주 많은 사람들이 북적댔는데도 다들 얼굴 표정도 밝았습니다. 이번 청계천 복원은 앞으로 ‘미래의 도시’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그 의미를 되새길 만한 일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반가운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당시는 걱정스러운 마음 때문에 기획한 기사들 탓에 이미 내 편지함은 불통이 된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청계천 복원이 갖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들을 기획해서 1일 아침에 실었는데 ‘잔칫상에 재 뿌리는 것’이냐며 시민들의 항의를 아주 많이 받았거든요. 물론 항의하는 이들 중에는 다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게 확실한 이명박 서울시장의 ‘열성’ 지지자들도 꽤 있는 것 같았고요.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청계천의 긍정적인 점들은 여기저기서 많이 접했을 테니, 여기서는 이번 청계천 복원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같이 생각해 보겠습니다. 청계천 복원의 문제점을 살피면서 자연스럽게 생태계 복원과 관련해서 과학기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가늠해볼 기회가 될 것입니다.

청계천 복원? 정확히 말하면 ‘인공 하천’

사실 이번 청계천 복원은 정확히 말하면 ‘복원’이라기보다는 원래 하천 위에다 새로운 ‘인공 하천’을 만든 것입니다. 원래 청계천은 북악산, 인왕산 등에서 흘러들어온 물이 합쳐져 종로구, 중구를 가로질러 흐르다 한강으로 빠지는 10.8㎞의 하천입니다. 애초에 이 청계천은 우기에는 물이 많다 건기에는 물이 없는 ‘건천’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 복원된 청계천에는 40㎝의 물이 찰랑찰랑 흐를까요? 여기에 바로 복원된 청계천의 비밀이 있습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동아일보 앞 그러니까 청계천의 5.8㎞ 구간부터 흐르는 물은 북악산, 인왕산부터 흐르는 물이 아닙니다. 그 물은 한강과 인근 지하철에서 나오는 지하수 등 총 12만t을 양수기로 퍼 올려 다시 흘려보내는 물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상류부터 흘러나오는 물은 어떻게 될까요? 원래 물은 우리가 보는 40㎝ 물 밑에 설치된 차수막 밑으로 흐르도록 돼 있습니다. 청계천을 ‘길게 누운 분수대’ 혹은 ‘긴 어향’으로 비아냥거리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입니다.

이러다보니 청계천은 유지하는 데만 연간 70억 원이나 되는 큰돈이 듭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12만t의 물을 24시간 내내 양수기로 퍼 올리는 데 엄청난 전기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고 또 그런 시설을 관리하는 데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일단 서울시가 시민을 위한 시설이라는 핑계를 대고 흘려보내는 물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로 우격다짐을 해 잠잠해지긴 했습니다만 앞으로 물 값 역시 계속 논란이 될 게 뻔합니다. 지금 상황은 서울시가 큰 어항을 위해서 물을 끌어다 쓰면서 ‘이 어항은 시민들이 많이 보니까 물 값은 안 내도 되지?’, 하는 꼴과 다를 게 없는 형편이니까요.

보이지 않는 벽 : 청계천 상류와 중ㆍ하류

개인적으로 더 안타까운 것은 청계천 상류와 중ㆍ하류의 생태계가 이번 복원으로 완전히 차단된 점입니다. 언론에서는 청계천에 물고기와 새가 돌아오고 있다고 연일 대서특필을 하고 있습니다. 한강 물을 길어온 물이기는 하지만 흐르는 물이 있으면 그것을 터전으로 삼는 물고기와 새가 모여드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간단치 않습니다. 이번 복원으로 청계천 상류에서 발견되는 1, 2급수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들은 앞으로도 계속 중ㆍ하류 생물들과 교류를 못하게 됐습니다.

더구나 서울시가 꽤 노력을 기울이긴 했습니다만 동일한 유속과 유량이 흐르는 현재의 청계천에서는 다양한 수생 환경이 조성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청계천에서는 앞으로 수년이 지나도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환경을 볼 수 없는 것이지요. 더구나 홍수나 호우 때 오염된 물이 유입되기라도 하면 그나마 지금 서식하는 생물들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게 됩니다. 그렇게 재앙을 맞더라도 자연 하천의 경우에는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원래 모습을 회복합니다. 스스로 회복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자연의 순리니까요.

하지만 애초에 인공 하천의 성격이 강한 복원된 청계천은 이런 자연의 힘이 이미 무력화된 터라 결국 또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복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날 멋진 어항에 장난꾸러기 아이가 식기 세척제를 넣은 탓에 물고기들이 다 죽었습니다. 죽은 물고기를 건져 내고 물을 갈아주고 (새로운 물고기를 사서 넣어주지 않으면) 그 어항은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바로 지금 청계천이 딱 그런 상태인 것입니다.

4~5급수가 1~2급수로 변신한 전주천

▲ 전주천  ⓒ
이밖에도 인근의 고밀도 개발과 같은 청계천의 문제점을 열거하자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다른 하천 복원 예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전주시는 2000년부터 시민과 환경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전주천 복원을 논의하기 시작해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7.2㎞ 구간을 복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강바닥에 여울을 만들고 기슭을 싸고 있던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대신 자연석으로 바꿨습니다. 군데군데 징검다리도 놓았습니다. 물이 돌에 부딪쳐 돌면서 포말을 만들고 산소가 녹아들자 물풀들과 수서곤충들이 먼저 전주천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악취가 심했고 쓰레기가 나뒹굴던 전주천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1급수에만 사는 쉬리, 모래무지, 다슬기 등을 볼 수 있는 자연 하천으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전주천에 서식하는 물고기만 25종이며 조류는 32종이나 됩니다.

물론 전주천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봄, 여름을 지나면서 많은 비가 내린 후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일어나곤 했습니다. 우리나라 도시 하수관 대부분은 빗물과 가정 오ㆍ폐수가 분리된 분류식이 아닌 합류식이어서 비가 많이 올 경우 오염된 오ㆍ폐수가 빗물과 섞여 하천으로 유입돼 수질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것이지요. (사실 이 문제는 청계천 역시 예외가 아니지요.) 하지만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하천으로 유입되는 하수관을 폐쇄하고 빗물은 집집마다 또 하천 인근에 소ㆍ대형의 저장고를 설치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개발의 관점’ vs ‘자연의 관점’

불과 2년 3개월 만에 ‘복원’된 청계천과 5년 동안 차근차근 준비된 전주천 복원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과연 지금 이 시점에서 자연을 복원하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의 차이입니다.

청계천 복원 시점에 맞춰 대통령이 되면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이 ‘개발의 관점’이라면 급속한 도시화, 산업화 때문에 희생시킨 자연을 있는 그대로는 아니더라도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을 만큼 되살려보자는 전주천 복원은 ‘자연의 관점’일 것입니다.

아마 다시 물이 흐리기 시작한 청계천을 거닐면서 미소 짓던 사람들이 마음에 품었던 것은 ‘개발의 관점’일까요, ‘자연의 관점’일까요? 앞으로 과학기술은 ‘개발의 관점’을 따르는 것이어야 할까요, ‘자연의 관점’을 따르는 것이어야 할까요? 40㎝ 높이로 흐르는 청계천을 보면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 사이언스 타임즈
/강양구 기자  
2005.10.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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